안녕.
요즘엔 좀 생산적이게 살아보려고 해.
난 되게 칭찬에 인색한 사람이더라고.
누가 칭찬해도 진심으로 잘 받아들이지 못하고, 남들이 칭찬하는 부분에 대해서 부정하고 싶어 져 버려.
누군가 나에게 "밝고 재밌어서 좋다" 고 말해주면 '내 속 마음을 알면 절대 그런 말 못할텐데' 라고 속으로 항상 부정하면서 겉으로 실실대.
모순적이고 나도 사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몰라.
그치만 내가 좋아하는 건 사실 명확해.
아쿠아리움, 친구, 책 등등...
왜 좋아하게 됐는지는 항상 잘 모르겠어.
어렸을 때 엄마, 아빠, 나 이렇게 셋이 같이 어디 놀러 가는 일이 되게 드물었는데, 한 번은 부산에서 아쿠아리움을 갔던 기억이 나.
그때 행복했던 것 같아. 그래서 아쿠아리움을 가면 마음이 조금 편해지고 행복해졌어. 근데 마음 한편에 선 항상 불안감이 샘솟더라.
항상 밤에 잠을 못 들고 약 먹어도 잠이 안 와.
이상하게 죽음에 대한 공포보다는 내 죽음 후에 일어날 일들이 무섭고 두렵고 책임지기 싫은 회피감에 살아가는 것 같아.
단순히 '내가 죽으면 주변 사람들이 슬퍼하겠지' 같은 생각부터 '나 없으면 우리 엄마는 어떻게 살까?' 같은 생각도 하고 내가 죽어버리면 엄마는 주변 사람들에게 딸이 자살했다는 이유로, 같이 살았다는 이유로 질타를 받겠지? 그건 너무 싫어.
가끔은 내가 책임질 거 없이 '묻지마 살인 사건에 실수로 휘말린 불쌍한 20대 여성' 같은 타이틀을 가지고 싶어.
그럼 다른 사람들이 불쌍하다고 하고 우리 가족들도 질타받는 일 없이 그 사람만을 미워하겠지?
그리고 그 살인범에게 살해당할 수도 있던 창창한 인생이 기다리던 한 사람을 내가 대신 구해줬다는 명목으로 내 마음도 조금 편하겠지?
이런 생각을 하는 내가 좀 미워.
그리고 한심해.
나는 내가 싫어.
친구랑 재밌게 놀다가도 뒤돌아서는 순간 공허함이 찾아오고 연기를 마친 것처럼 긴장이 풀리는 게 너무 싫어.
물론 모두에게 그러는 건 아니지만 대부분 그런 것 같아.
나는 내 외모, 행동 하나하나 전부 다 싫어. 못생긴 얼굴도 싫고, 잘하는 거 별로 없는 이런 나도 싫고, 철없어 보이는 나 자신이 싫어.
아무리 날 사랑해보려고 해도 정이 안 가는 사람 같아. 나조차도 나에게 정이 안 가는데 다른 사람들은 나에게 정이 갈까?
잘 모르겠어.
그래도 주변사람들이 날 챙겨주고 날 좋아해 주는 건 진심이 아니더라도 난 진심으로 믿을래.
그렇게라도 안하면 너무 내가 자기 연민에 빠질 것 같아.
다른 사람에게 진심으로 칭찬하고 사랑을 주고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들이 부러워.
그 사람들에게 존경심도 들지만 질투심도 생겨.
언젠가 내가 날 좋아하고 날 아껴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서 이 글을 보고 한심하게 생각했으면 좋겠어. 그런 날이 오면 정말 좋겠다.
약을 안 먹고도 잘 자고 내 스스로 행복하고 긍정적인 생각으로 가득 차게 살아가는 그런 날이 오면 정말 좋겠다.
다른 사람들도 항상 행복했으면 좋겠어. 나 말고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