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일이 아닐 때

한선영 ㅣ 2024. 8. 11. 15:26

누구나 그렇겠지만 직접 당해 보지 않으면 모른다. 어렸을 때 장애인에 대해서는 그저 선천적 장애인인 줄 알았다. 다들. 그래서 나는 우리 아빠가 장애인이기 때문에 차별은 없었다. 시도 하지 않았고. 그렇지만 내가 장애인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냥 불쌍하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그런 동정이 좋은 것만 아닌 걸 몰랐다.

지금은 누군가 “아이고, 어쩌다 이렇게 됐어?” 라고 하면 정말 화도 나고 너무 후회가 된다. ”어쩌다 이렇게 됐어?“ 라고 했을 때 거기다 대고 “그냥 죽고 싶어서 14층 떨어졌어요.” 라고 하면 한다. 그리고는 나를 혼내기 시작한다. 속으로 항상 그런다. ‘지들이 뭘 안다고 저러지?‘ 다들 어떻게 반응해야 될지 몰라서 당황해 할 때도 많다. 그래서 난 귀찮아서 그냥 교통사고 났다고 한다. 그러면 정말 세상에 이런 오지랖들이 정말 많구나 싶다. “어쩌다가?” 부터 시작해서 보험사에 합의까지 다 물어 본다. 나도 오지라퍼지만 이정도 아니었는데 싶다.

우리 아빠는 정말 아무렇지 않은 척 한다. 누군가 물어보면 잘 모른다고 한다. “저도 손가락 없는데요 잘 살아요 뭐 어때요” 라고 한다. 처음에 어떻게 저러지 아빠는 정말아무렇지도 않나 보다 했다. 아빠 도 정말 많이 힘들어 했을 거다. 물론 아빠가 미웠던 건 왜 병문안을 그 아줌마(아빠의 현 부인)랑 같이 올까? 그리고 별로 난 그땐 귀엽지 않았다. 나의 이복동생이. 지금은 솔직히 엄마에게 미안할 정도로 귀엽다. 많이 보고 싶고.

나도 그랬지만 내 상황이 아닐 땐 별로 공감 안 되고, 말로만 그져 공감 하는 척 한다. 그래서인지 난 남들이 내 일에 공감 해 주면서 걱정해 주면 다 가면을 쓰고 말 하는 것 같아 그저 나도 고마워 하는 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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